천석천불전

국제신문 기사

공수레 2019. 1. 20. 16:50


마음에 새기듯1000개의 전각석에 새긴 불심

 

'천석천불전' 개최 윤종철 서예협 부산지회장

     국제신문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 입력 : 2016-12-16 19:26:06

| 본지 11


- 전각 관심 높이고자 시작

- 실제 불상 스케치 거쳐

- 각기 다른 형상 새겨넣어

- 8년간 밤낮없이 작업 몰두

- "한 번도 지루한 적 없어"

 

전국 곳곳의 사찰에 있는 불상 1000개의 모습을 8년에 걸쳐 전각석에 새긴 사람이 있다. 한국서예협회 부산지회장인 서예가·전각가 윤종철(59) 씨다. 윤 씨는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부산 동구 부산시민회관 전시실에서 '천석천불전'을 열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전각가이자 서예가인 윤종철 씨가 천불상을 새긴 1000개의 도장을 보여주고 있다. 윤 씨 뒤로 천불상 도장에 붉은 인주를 묻혀 찍은 병풍이 보인다. 임경호 프리랜서

윤 씨는 2009년 우연히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기 어려운 '천불상 전각 작업'을 시작했다. 당시 서예 심사를 하러 한 사찰에 갔다가 주먹만 한 크기의 천불상을 보게 됐다. 불상 갯수가 1000개였지만, 자세히 보니 너댓 종류의 불상을 1000개 모아놓고 '천불상'이라 부른 것이었다. 진정한 의미의 천불상은 아니었다. 불현듯 각각 다른 1000개 형상의 불상을 전각으로 표현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40년 전부터 서예와 함께 전각을 했어요. 그동안은 한글이나 한문 전각을 주로 했죠. 그런데 한문에 대한 관심이 많이 줄어들다 보니 전시를 몇 번 해도 큰 호응이 없었어요.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전각을 구상하던 차에 천불상 아이디어를 생각해냈습니다." 전각에 부처상을 새기는 사례는 종종 있다. 그러나 대개 추상적인 부처상을 새긴다. 윤 씨처럼 실제 불상의 모습을 1000개나 새긴 사례는 알려지지 않았다.

 

 

경주 안압지에서 출토된 금동판불좌상을 새긴 도장. 왼쪽 검은 종이에 쓰인 글은 반야심경으로 도장 몸통에 새겨져 있다. 임경호 프리랜서 limkh627@kookje.co.kr

전각(篆刻)은 단순히 도장 파는 일로 치부되기도 한다. 하지만 윤 씨는 "전각은 학문"이라고 강조한다. 예전에 '삼절'이라 하면 시 서예 그림()을 꼽았지만 요즘은 서예 그림 전각을 꼽을 만큼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다. 3년 이상 서예의 기초를 다진 후 다시 3년 이상 칼 쓰는 연습을 해야 칼, , 돌이 일치해 마음으로 도장을 새기게 되는 심인(心印)의 경지에 도달한다고 그는 말한다. 전각을 보면 서예 수준을 알 수 있단다.

 

천불상 아이디어를 생각한 뒤 도서관으로 가서 불상에 관한 책을 빌렸다. 3개월간 150개 불상을 스케치했다.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 일본 인도 태국 불상이 대상이었는데, 스케치마다 얼굴 혹은 상체 옆모습을 그리는 등 일관성이 없었다. 어떻게 통일을 할까 고민하다가 좌상이든 입상이든 불상 전체 모습을 새기겠다는 나름대로 규칙을 정했다.

 

불상 이미지는 주로 책, 인터넷을 통해 구했고 일부는 직접 찾아가 사진을 찍기도 했다. 낮에는 주로 전각을 하고, 밤에는 인터넷으로 불상을 찾아 스케치했다. 평일에는 새벽 두세 시, 주말에는 오전 대여섯 시까지 이어지는 고된 작업을 올해 초까지 8년이나 했다. 가로 3, 세로 3인 작은 전각석에 부처님의 전신을 새겨넣는 일이 쉽지 않았다. 다양한 종류의 돌을 구하는 것이 가장 큰 난관이었다.


 

"1000개나 되는 불상을 새기기에 돌을 다양하게 써야 했습니다. 보통 가로 3, 세로 3돌을 썼지만 입상은 세로가 더 길어야 했죠. 똑같은 문양의 돌만 쓰면 보는 사람이 지루할 테니 돌의 문양도 다양하게 필요했습니다. 서울과 중국을 몇 번이나 다니며 돌을 사모았습니다." 경북 경주 석굴암 석조본존여래좌상 등 회화성이 도드라지는 불상은 가로 9, 세로 9, 길이 18의 큰 돌에 새겼다. 전각석 몸통에는 반야심경을 새겨 풍부함을 더했다.

 

 

"불교 신자는 아닙니다만 매일 새벽까지 불상을 새기는데 한 번도 짜증 나거나 지루한 기분이 들지 않은 건 부처님께서 도와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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