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서예작품

백거이 장한가 구

공수레 2017. 9. 4. 15:11







비익조. 연리지[比翼鳥.連理枝]

하늘에선 비익조 되고, 땅에선 연리지 되리라.

   

하나이면서 둘이고 둘이면서 하나인 묘한 삶을 살아가는 비익조와 연리지...

 

인간이 만들어 놓은 말 중 가장 아름답고 고운 말이 사랑이라는 말이며, 사랑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말이 비익조, 연리지[比翼鳥.連理枝]라고 할 수 있습니다比翼鳥는 중국 전설에 나오는 눈과 날개가 하나뿐인 상상의 새입니다. 밝은 눈과 힘찬 날개를 갖고 있지만 제대로 볼 수도 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암수가 한 쌍이 되어 몸을 합치면 멋지고 아름다운 온전한 새로 변신한다는 것입니다.


중국 산서 이석마무장2호한묘 화상의 비익조.



連理枝는 두 그루 나무의 가지가 합쳐져 함께 자라는 아주 희귀한 형태를 말합니다. 두 나무가 너무 가까이 있으면 양분과 수분이 부족해 점점 시들어 죽고 마는데, 가지가 연결되면 오히려 더 잘 자란다니 신기한 일입니다.


   

  시선(詩仙)이라 불리는 당나라 백낙천은 장한가(長恨歌)에서 현종과 양귀비의 애절한 사랑을 이렇게 노래합니다.

七月七日长生殿夜半无人私语时
qī yuè qī rì zhǎng shēng diànyè bàn wú rén sī yǔ shí
在天愿作比翼鸟在地愿为连理枝
zài tiān yuàn zuò bǐ yì niǎozài dì yuàn wéi lián lǐ zhī
天长地久有时尽此恨绵绵无绝期 
tiān zhǎng dì jiǔ yǒu shí jìncǐ hèn mián mián wú jué qī  

칠월 칠석 서로의 품에서        그날 밤 우린 속삭였지요.
 하늘에선 비익조 되고,          땅에선 연리지 되리라.
 이 하늘과 땅이 먼지 될지언정,        우리 한만은 끊이질 않네요

        아 사랑하는 님아,
                  우리 한 몸이 돼 하늘에서 비익조가 되고,
                       저 땅에선 연리지가 되자.
                            그래서     이 하늘, 이 땅이 먼지 되는 그 순간까지,     
       하나로 날고,    하나로 자라자.
 



 사실 너무 유명해서 설명이 필요 없는 구절이다.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사시다.

소개한 부분은 긴 장한가의 끝부분이다.
가장 유명한 부분이다.
전설의 동물과 나무가 나온다.

비익조,
암수가 각기 눈과 날개가 하나씩인 전설의 새다.
눈과 날개가 각기 한쪽씩 있어 짝을 짓지 않으면 날지 못한다.

하늘에서 비익조가 되고,

둘이 짝을 이뤄 영원히 하늘을 난다는 의미다.

 

연리지, 본래 뿌리가 달라 서로 다른 나무가 뿌리가 엉켜
하나의 줄기로 자라는 형상을 말한다.
자연계에 정말 드물게 나타난다.

땅에선 연리지가 되리라.

서로 다른 나무지만 짝 이상의 한 몸으로 영원히 살겠다는 것이다.
비익조 되고, 연리지 될래요.
영원히 하나로 살겠다는 약속이었다.

그 약속은 이 하늘, 이 땅이 다할 때까지 꼭 그렇게 하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런데,
마지막 문장에서 밝히듯 그러지 못했다.
역사 속에 양귀비는 목을 매 죽는다. 아니 그렇게 죽도록 내몰린다.
황제는 눈물만 흘릴 뿐, 속수무책이었다.

 

백거이의 시 속에서는 황제가 돌아와 천상계를 돌며, 양귀비를 찾아 헤매는 것으로 나온다.
결국 황제의 명을 받든 도사가 천상계의 양귀비를 만난다.
양귀비는 황제의 마음을 전해 듣고 울며 
생전에 지녔던 옥비녀와 금비녀 둘로 나눠 주며 말한다.

但教心似金钿坚天上人间会相见
dàn jiāo xīn sì jīn diàn jiāntiān shàng rén jiān huì xiàng jiàn

그 마음 변치 않으면,
우리 하늘에서 다시 만날 수 있어요.

그런데, 그 마음이 정말 변치 않을까?
앞의 두 구절 역시 양귀비가 한 말이다. 서로 사랑했을 때 둘이 껴앉고 아무도 모르게 한 약속이었다.
서로 영원히 하나가 되어 헤어지지 말자.
그런데, 그러지 못했다. 지금 양귀비는 천상인계, 하늘계의 사람이 됐고,
황제는 여전히 저 땅에 있다.
양귀비의 한 서린 말이 시의 대미를 장식한다.

此恨绵绵无绝期 

끝이 없이 긴 한, 바로 장한长恨의 노래다.


 



양귀비의 초상화.


 현종은 아들의 비 즉 자신의 며느리인 양옥환을 보는 순간, 사랑에 눈이 멀게 됩니다. 현명한 군주였던 그가 양귀비와의 사랑에 빠져 어지러운 정사를 펼치는 통에 막강했던 당나라가 내리막길을 걷게 됩니다. '安祿山'으로 꽃다운 나이에 비참하게 죽은 양귀비를 잊지 못한 현종은 늘 이 시를 읊조리며 그리워했다고 합니다그 후 두 사람의 만남과 사랑, 이별과 죽음은 수많은 시와 그림과 드라마의 소재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이 시에 나오는 '비익조(比翼鳥)'는 눈과 날개가 하나뿐이라 둘이 한 몸이 되어야 날 수 있다는 전설상의 새입니다중국의 신화서인 산해경(山海經)에 따르면 비익조의 본래 이름은 '만만(蠻蠻)'인데이 새가 나타나면 세상에 물난리가 났다고 합니다대홍수를 일으키는 새가 시인의 노래 속에서 죽음을 초월한 사랑을 상징하는 새로 다시 태어난 셈입니다


백거이白居易772~846'장한가'长恨歌.

중국 중당 기(中唐期)의 시인
작품 구성은 논리의 필연에 따르며
주제는 보편적이어서 유려 평이(流麗平易)’한 문학의 폭을 넓혀 
() 일대(一代)를 통하여 두드러진 개성을 형성했다
주요 저서에는장 한가(長恨歌), 비파행(琵琶行)등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두산백과에 나온 백거이에 대한 요약이다.
백거이의 특징을 잘 정리했다.

백거이는 자가 낙천乐天이다.
호는 취음醉吟선생, 향산香山거사다. 호에서 보이듯 술을 좋아했다.
가난한 선비의 집안에서 태어나, 평생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쉬운 시를 썼다.

두보의 맥을 이었다는 게 정평이다.
이름은 두보보다 못할지 몰라도 그가 남긴 '장한가''비파행'은 두보의 어떤 작품보다 유명하다.

사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백거이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백거이는 두보처럼 현실 참여 서사시를 많이 남겼는데
장한가는 나라를 망친 황제의 아름다운 사랑을 그렸다.
현실에서 나라를 망친 사랑이었는데
백거이의 손에 역사에 남는 천상을 오가는 사랑으로 승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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